겨울 비 오는 나른한 오후
따끈한 커피 잔에
입 맞추며 향기로운 물을 마신다.
한 모금 입 안에서 맴돌다가
쪼르르 뱃속으로 미끄럼을 탄다.
졸음이 싹 가시고 흐릿한 창가에 지저귀는
새소리 들으며 시인은 동심으로 돌아간다.
무심에 머문 세월 해가 뜨나 달이 뜨나
철없는 아이처럼 한 세월 살다 보니
내 자리엔 날 닮은 아이가 앉아 있고
어머니 자리엔 울산 큰애기 앉았네.
옛날 어머닌 실타래 앞에 놓고
바늘 귀 꿰어라 하시더니
그 어머니 딸은 편한 백성 되어
바느질은커녕 빨래마저 세탁기에 돌리고
팔자 좋아 비 오는 핑계로
책상 앞에 앉아 히터 틀고
커피 한 잔 앞에 놓고 향수에 젖었네.
문명이 발달 되어 손에 물 튕기며
살아가는 세상 참 살기 좋은 세상인데.
그 놈의 IMF 만 터지지 않았어도
새처럼 날개는 없어도
날 마다 백조처럼 살아 갈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