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2일 월요일
심온의 시 ´숨쉬는 돌´ 외
<돌에 관한 동시 모음> 심온의 시 ´숨쉬는 돌´ 외
+ 숨쉬는 돌
붉은 무당벌레 한 마리
돌멩이를 가슴에 끌어안고
숨을 쉽니다.
함께 숨을 쉽니다.
아무데나 던지지 마세요
돌멩이도 숨을 쉬고 있으니.
(심온·아동문학가)
+ 징검돌
처음부터 제자리를 찾은 건 아니었어
물 속에서 이리저리 흔들렸지
센 물살이 다가올 때
넘어질 것 같아
눈이 아찔했지
내 등을 밟고 간
수많은 발자국 많이 아팠지만
그렇게 흔들리면서 자리를 잡았지
이젠
거친 물살, 거친 발걸음에도
끄덕하지 않아
가만 들어봐
내 곁에서 들리는
흐르는 물소리
(배산영·아동문학가)
+ 조약돌
수천 년을
갈고 닦고도
조약돌은 아직도
물 속에 있다
아직도
조약돌은
스스로가 부족해서
물 속에서
몸을 씻고 있다
스스로를 닦고 있다
(이무일·아동문학가)
+ 조약돌
강가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떠나 온
고향 이야기에
밤새는 줄 모른다.
서로가
서로를 닮은 형제들
어쩌면
고렇게도 다정할까.
해맑은 햇살로
세수하고
물새 울음도
가슴에 차곡차곡
새겨 두는 아이들
헤어지지 말자고
손을 꼭 잡고
별을 보며
꿈을 꽃피우는
오순도순
그리운 친구들.
(진호섭·아동문학가)
+ 냇돌
가재를 품어 주고
물고기도 숨겨 주고,
징검돌도 되어 주고
빨랫돌도 되어 주고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냇물 속에 엎드려서
모두를 위해 주는
참으로 고마운 돌.
(김종상·아동문학가)
+ 탑
모난 돌
금간 돌
손을 든 돌
돌이 돌을 무동 타고 서 있다
비 맞고
바람 맞고
눈 맞으며
함께 나이를 먹는 돌
밀어내지 않고
투덜대지 않고
꽉 끌어안고
돌이 돌을 무동 타고 서 있다
그 앞에서
사람들이 고개를 숙인다.
(조영수·아동문학가)
+ 돌멩이와 바위
조잘조잘조잘
시냇물이 재미있게 얘기할 수 있는 건
들쑥날쑥 돌멩이들이 있기 때문이죠
철썩철썩 쏴 쏴
파도가 신나게 수다 떨 수 있는 건
끝까지 들어주는 바위가 있기 때문이죠
(안오일·아동문학가)
+ 돌 줍기
예쁜 돌을 주워보자.
작은 손 안에 쏘옥 들어오는 작은 돌
맨들맨들 윤이 나는 돌
동네 한 바퀴 돌면 주울 수 있을까.
들꽃 향기를 기억하는 돌
동네 두 바퀴를 돌면 주울 수 있을까.
파도 소리 묻어 있는 돌
물새 발자국 묻어 있는 돌
동네 세 바퀴를 돌면 주울 수 있을까.
눈 동그랗게 뜬 겁먹은 돌 하나
울먹울먹
동네 한 바퀴 돌아 주웠네.
자동차 바퀴에 깔린 걸 기억하는 돌
전철 굉음에 귀먹은 돌
동네 두 바퀴 돌아 주웠네.
콘크리트 벽에 박힌 돌
매연에 찌든 돌
동네 세 바퀴 돌아 주웠네.
(한계령·아동문학가)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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