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어딘가로부터
출렁 출렁 밧줄이 하나 내려왔다
버림받은 세상에 대하여
처음이자 마지막 단 한 번 밖에 없는
구원이라는 뜻으로
흔들흔들 지붕 위를 미끄럼 타면서
누구의 두레박도 없이
길다란 생명의 밧줄이 내려왔다
어디서 오는지 아무도 모르는
굵은 눈발 같은 밧줄
무슨 소문처럼 이리 저리 떠돌다
은밀하게 다가와 몸을 구속한다
손목과 발목 그리고
다른 생각은 아예 못하게
검은 머리카락도 칭칭 묶어버린다
누가 알고 있는 것일까 밧줄은 왜
두 가닥으로 묶여 있는지
엉킨 몸을 풀어보면 하나는
하늘로 올라가는 구원
다른 하나는
땅에서 노예가 되는 구속
하나가 다른 하나의
살갗을 깊숙히 파고든다
살아있는 것들 모두 묶고
하늘 위로 밧줄이 올라간다
지상을 탈출하는 마지막 순간에
죽은 것들도 따라 일어서며
밧줄을 잡아당긴다
발목까지 매달린
동행의 무게로 밧줄이 끊어진다
마지막 구원의 밧줄이 끊어지자
더욱 단단해진
노예의 밧줄만 남았다
추악하고 난잡한 시대에 태어난
사람들은 스스로 자신의 몸을 묶고
네 다리로 걸어다니는
동물의 흉내를 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