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2일 월요일

삶 -강진규-

숙명의 달빛아래 우리 이 땅에 내려지고
하나의 질긴 끈으로 일상을 묶는
아득한 몸살,눈부시게 깨우치며
흔드는 사랑의 깃발 속에 한물결로 휩싸인다

어디서든
어느 땅 어느 한 순간의 불꽃 속에서도
흐르는 강물의 영혼으로 맥박을 잇고
삶의 아득한 빈혈을 다스리며
내일의 튼튼한 문을 열고
함께 달려가 빛나는 꿈의 이슬을 찾는다

저녁 식탁의 단순한 음식을 놓고도
우리 이야기의 꽃,하늘문을 열 수 있고
알뜰한 휴식의 반짝거림에
둘러 앉은 평온의 향기 넉넉히 시간을 이끈다

형제여
허무한 일상의 깃발 속에 쓰러지면서
무디어진 가슴을 열고
천년의 지층 속에 곤두박질하는
우리 쓸쓸한 날들의 안개 속에서도
기다림을 위하여는 노래를 하고
내일을 위하여는 가슴을 열어야 한다

우리가 함께하는 물방울들
함께 모이고 모여 섞이고 섞여
저 도도한 강물의 꿈이 되어
신명난 갈기를 펄럭이며
막막한 대지 그 어느 곳이라도
출렁이며 출렁이며 달려가
풍성한 사랑의 깃발을 올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