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7일 토요일

떡국 한 그릇

정월 한낮의 햇살이
떡국 한 그릇이다
며칠째 굶은 숲이, 계곡이
어른에게 세배 드리고
덕담 몇 마디 들었는지
배가 부르고 눈이 감겼다
한 술 잘 얻어먹었다고
새파란 풀 돋아나고
물 흘러가는 소리가 상쾌하다
오늘이 흥겨운 설날이라
한 솥 끓인 떡국
이 산하에 골고루 나눠주는데
한 살 더 먹었다고
까불거리는 시누대가 정겹다
까치가 고개를 바짝 치켜든다
따스한 언덕에 기댄
소나무는 벌써 졸고 있고
한 그릇 더 먹은 바위는
불룩한 배 드러낸 채
매고 가도 모르게 잠들었다
계곡에는 오랫만에 만난
며느리 같은 물들이
떡국 한 그릇 먹는다고
부엌처럼 시끄럽다
솥 다 비운 저 하늘에
구름 한 점 없이 맑다
며칠 내로 꽃소식 듣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