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10일 화요일

녹차밭에서

꿈 일으켜 세운
삼백 예순 날 새벽마다
녹차밭으로 달려간다
여기 봇재 마루 아흔 아홉 구비
산비탈 이랑마다
서편제 창唱 소리 듣느라
허리 굽혀 귀 기울이는
키 큰 삼나무 발치 아래
절절이 애 끓는 가락이
늘 맑은 너
바로 송화가 아니었을까
사철 푸른 잎으로 소리 하느라
목청 녹 슬 일이 없겠다
어제 여름에는
너의 불길 같은 정수리에
열기 식히느라
찬 물 부어주었으니
오늘 겨울에는
너의 물길 같은 가슴 데우려고
뜨겁게 불 질러줄테다
새의 혀보다 작은
너의 살갗이
장작으로 펄펄 끓어오른다
흙으로 만든 그릇에 가득 담고
계면조 같은 너의 향기 들어보면
세상 천지는 어느새
폭설의 안개 속에 사라지고
나는 너의 눈을 멀게 만든
애비였을 뿐이다
한 소리 얻고자
폐가 같은 나를 일으켜 세운다

*송화 : 영화 서편제에 나오는 소리하는 여자 주인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