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28일 월요일

겨울 바다 1


겨울 바다 1
- 격포에서
신경림

새빨갛게 단 갈탄날로 위에서
커다란 양은 주전자의 엽차가 끓고
허벅지까지 덮은 장화에서
뚝뚝 바닷물이 떨어지는 두 어부가
큰 소리로 날씨 걱정을 한다
불이 빨갛게 단 아가씨가 바라보는 창 너머
바다는 시커멓게 성이 난다
다방을 집어삼킬 듯
으르렁거리며 다가왔다가는
짐진 뒷짐을 지고 물러나고
출어 안 나간 고깃배 두 척이
안간힘을 쓰며 방파제에 매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