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의 사랑
애초부터 나는 젖어있었다
구름의 표정이 심하게 일그러지는 날이면
눈물로 범벅이 되어 쏟아져 내렸다
때로는 곱게 때로는 거세게 그대를 적시며
속으로 깊이 스미고 싶었다
그러나 그대를 적실수록 나는
나 자신의 모습을 잃어만 갔고
언제나 구름이 걷히면
뽀송뽀송한 얼굴로 그대는
표정없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태양이 눈 부신 날엔
아지랑이 되어 하늘로 오르며
다시 그대에게 쏟아질 날을 손꼽아 보고
또다시 눈물을 머금어야 했다
그대가 그리운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