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 영화에 나올
오래된 쇠덩어리 전차 같은
낡고 지친 삶을 끌고
지축을 울리며
포천 이동으로 가는데
더 이상 지나갈 수 없는
북방한계선이라고
얼음 나무 한 그루가
검문소 초병같이
부동의 자세로 경계를 하고 있다
태초의 아담과 이브처럼
이파리 하나로
가을까지 부끄러움 감췄으나
어느새 헤지고 구멍이 나
속살 드러났으니
흰 방한복 한 벌 입혀주려고
밤새 분수 높이 쏘아올린 것일까
아니면 불에 한 철
누구에게 온 몸을 달구었으니
한 철은 머리 식히라고
물 뒤집어 쓰게 한 것일까
아니면 오늘은
치유하지 못할 병에 걸렸으니
피 다 빼버리고
언젠가 올 희망 같은
봄에 다시 살려내기 위해
저렇게 몸 얼려 놓은 것일까
살점 다 뜯어 먹고
버려진 이동 갈비의 뼈 같다
식물인간 같은
생生이 진저리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