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4일 금요일

눈밭

봄에는 꽃밭에서
진달래에 취해 살았다네
여름에는 채소밭에서
느타리 키우며 살았다네
가을에는 과수원에서
복숭아 따 먹으며 살았다네
겨울에는 그 모든 것 감추어 놓은
눈밭에서 하루가 멀다고
쌓인 눈 밟으며 살겠다네
얼마나 힘들었겠냐며
팔다리 토닥토닥 두들겨주리
참으로 고생한다고
등허리 자근자근 밟아주리
억센 노동에 지친
저 땅을, 저 대지를
눈으로 포근히 감싸안는 이유
눈으로도 밭이 되는 까닭
강풍 불어오는 날
밤으로 노숙하는 것들에게
가만히 덮어주는 어머니 이불 같은
일기 사나운 날
새벽으로 잡역 나가는 것들에게
벗어 입혀주는 아버지 내복 같은
눈밭이다
두텁고도 따뜻하다
뼛속까지 꼭꼭 스며들라고
한 철 맑은 눈 밟으며 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