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틀 꿈틀 요동을 치며 몇날 며칠
수천년전의 불을 뿜어내던 활화산
백두대간 위대한 맥이 맥없이 무너져 앉았다
욕심껏 가을하늘을 널름거리던 붉은 연기
해안을 온통 뜨거운 피로 물들이던 용암
짧지만 길고 장엄하던 입 벌린 화구의 공포
이미 층이 달라진 산허리와 산허리
그 틈새로 흰구름과 너럭바위와 칡넝쿨과
푸른 도포의 소나무가 순식간에 깔려버렸다
긴 고행실습끝에 기력없이 단번에 무너져내린 산,
태고의 정적만을 안고 도는 흰 구름 곁으로
한 번 날아간 새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기린의 희디흰 목뼈같은 고사목들과
아직 식지않은 전설의 용암을 안고서
혼자 남은 화산이 국경선 뒤에서 몸서리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