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싱하고 싱그럽던 몸도
화려한 찬란함도
어쩔 수 없이 주고 마는 것을
그리도 애타도록 가꾸었단 말인가
짐승소리를 내며 달려들어
활 키고 간 자리엔
찢어진 상처와
벗겨진 앙상한 속살만이
몸을 드러낸 채 떨고 있다
그토록 아름답던 자태가
그새 무슨 일이 일어났길래
까칠한 얼굴로
나뭇가지에 매달려
서럽게 운단 말인가
요염하게 황홀한 몸도 쇠진해져
고부라진 허리 구부리고
찌그러진 몰골이 되어
저리도 가엾을까
그 게 인생이고
삶인 것을 아는 숲은
어느새 다가온 겨울을
체념으로 안는다
문득 낙엽 속에 새겨진
진한 사랑이 생각나
발걸음 잠시 멈추니
전율이 몸 속으로 흐르고
지나가던 새
겨울빛을 칠해 놓은 숲을
맴을 도는데
스산하고 차가운 바람
나뭇가지에 매달려 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