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18일 금요일

만월(滿月)

오늘 만개한
저 꽃무덤이 너무 밝아서
관악冠岳의 얼굴 내밀기가
부끄럽지 않겠느냐
불꺼진 나라의 동서남북
얼음속까지 진흙속까지
훤히 비춰주는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을텐데
불 지를 봄만 찾고 있었네
저 달마저 없었다면
꽃 피고 물 흘렀을까
나뭇잎 푸르고 새 소리 들렸을까
구세주 같은
보름달 한 번 쳐다보고
문둥이 같은
내 얼굴 한 번 쳐다보고
바위고갯길에
고개 숙이고 가는 길이 험해
내 앞의 검은 그림자만 좇아가네
내일도 모레도 너만 같아라
기도문 같은 네 몸 펼쳐 놓아라
하늘 아래 난 것이 모두
십자가 짊어지고
관악의 천장까지 올라가야 하는
원죄 같아서
저 아래 관악의 입구까지
굴러떨어지는 업보 같아서
만월 너 뜨는 줄 알겠다
그래서 한 푼 적선같이
자비의 달빛 베푸는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