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23일 수요일

술을 찬미하다

술을 찬미하다
너는
신의 노여움을 가장 많이 받고도
신으로부터 가장 자유로운 물질이다

너는
나약한 저항이지만 정직한 고백이다
슬픔을 타서 마시면 진통제가 되고
기쁨을 타서 마시면 흥분제가 되는

너는
혁명보다 많은 동지를 모으고
신앙보다 진한 중독을 전염하여
만인을 감동시킨다

보아라 나약한 저들
시대와의 불화를 가진 자와
시대와의 간통을 저지른 자까지
다 너를 붙들고 합종연횡하는 풍경을

너는 오늘도
해 저문 틈을 노려 나를 붙들고
세상 문답에서 비껴난 나의 술주정은
네 권력을 배경으로 당당해지는 것이다
이성룡 시집′서풍에 밀려온 아프로디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