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찬미하다
너는
신의 노여움을 가장 많이 받고도
신으로부터 가장 자유로운 물질이다
너는
나약한 저항이지만 정직한 고백이다
슬픔을 타서 마시면 진통제가 되고
기쁨을 타서 마시면 흥분제가 되는
너는
혁명보다 많은 동지를 모으고
신앙보다 진한 중독을 전염하여
만인을 감동시킨다
보아라 나약한 저들
시대와의 불화를 가진 자와
시대와의 간통을 저지른 자까지
다 너를 붙들고 합종연횡하는 풍경을
너는 오늘도
해 저문 틈을 노려 나를 붙들고
세상 문답에서 비껴난 나의 술주정은
네 권력을 배경으로 당당해지는 것이다
이성룡 시집′서풍에 밀려온 아프로디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