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4일 금요일

삶의 뒤안으로
언제나처럼 굳게 닫혀 있던
너..

내가 가야할 길을
너는 이미 알고 있었다.

죽음 같은 벼랑 앞에서도
너는 항상 그러했다.

지지리한 일상에서
긴 여행으로 봇짐을 챙기면
너는 항상
내 가랭이를 잡고
놓아주질 않았다.

먼 바다로 향해 서면
어느새 그 앞에 네가
돛을 움켜쥐고 서 있고

두더지 마냥
땅속을 파고들면
암반 밑 깊은 곳으로
뒤꿈치를 때리던
너..

살아가면서
주도면밀하게 따라붙던 너는
수렁처럼
내 수족을 무력하게만 했다.

어느 날
내 안의 벽을 허물고
네 앞에 섰을때
너는 깔깔대고 웃어만 댔다.
가소롭기도 했겠지...

비폐해져
꼴 사납게 되거들랑
날 놓아 주렴
내 가고픈 곳으로 갈수 있도록

살면서 나는
너를 원망했다.
언제나 나를 우습게 만들고만 했으니까.

그러나
네가 내 앞에서 살아진 날
암흑같은 세상속을
나는 무던히도 헤매야만 했었다.

그건 네가
벽이 아니였고
내겐 희망이었다는 걸
그때 늦게 알았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