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26일 토요일

청보리

보리밭에 뛰노는 철모르는 아이야
어지러이 흙 파헤치지 말고 자근자근 밟거라
겉보리 서말이면 니 애비 처가살이 면하고
춘궁기 장리벼에 네 누이 건사 하느니라

티켓다방 순이의 억척스런 몸부림
어느핸가 태풍으로 전답을 물말아 먹은
영식이네
아직도 이름없는 몸뚱아리 되어
거리를 배회하는
사람, 사람들

한낮의 고달픔이 쑤셔넣는 빈 숟가락에
더욱 복받치던 서러움 쯤이야
경엽에 푸른피 돌아 상처 아물면
청보리 파아랗게 피어나는 것을

그네들은 오늘 밤도 여지없이
꺼-억, 꺽
목젖에 걸린 까락을 내뱉으며
울음을 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