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24일 목요일

자객刺客

흰 복면 쓴
이월 끝자락 햇살이
날카로운 칼을 품었다
저 자객에게 주문을 하면
그늘진 숲속까지
살얼음의 강가까지
몰래 찾아가 스윽 목을 벤다
눈 움틀게 하는 자객이다
입 벙글거리게 하는 자객이다
칼날에 닿는 것마다
불길이 일어나고 재만 남는다
조심하랏, 저 봄의 낯선 손님을
한 순간 방심한다면
당신은 무덤으로 직행이다
자객에게 당한 시체들이
들녘에 즐비하게 널렸으니
붉게 물들어야 할 산하에
푸른 목숨들이 쑥 돋아났다
땅 깊은 뿌리까지 스며들어서
뜨거운 피가
나뭇가지 끝까지 차오른다
무서운 저 자객에게
고개 쳐들고 대항하지 못하여
친구 하기로 하자
잘 드는 칼 하나 얻었으니
아직 찬 바람 부는
언덕으로 마루로 쳐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