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18일 금요일
한여자를 사랑했습니다[원태연]
한여자를 사랑했습니다
인간이 얼마만큼의눈물을 흘려낼 수 있는지
알려준
한여자를 사랑했습니다
사진을 보지 않고도 그 순간
그표정 모두를 떠올리게해주는
한여자를 사랑했습니다
비오는 수요일 저녁,
비오는 수요일에는
별추억이 없었는데도 장미다발에
눈여겨지게하는
한 여자를 사랑했습니다
멀쩡히 잘살고 있던 사람
멀쩡한데도 잘못살게하고 있는
한여자를 사랑했습니다
신이 잠을 자라고 만드신 밤을
꼬박 뜬눈으로보내개 만드는
한여자를 사랑했습니다
강아지도 아닌데 그냄새 그리워
먼 산 바라보게만드는
한 여자를 사랑했습니다
우연히 들려오는 노래가사 한구절 때문에
중요한 약속 망쳐 버리게 만드는
한여자를 사랑했습니다
껌 종이에 쓰여진 혈액형 이성 관께까지
눈여겨지게 만드는
한 여자를 사랑했습니다
스포츠 신문 오늘의 운세에
애정운이 좋다하면
하루종일 호출기에 신경 쓰이게 만드는
한여자를 사랑했습니다
썩 마음에 들어오지 않았던 내이름을
참 따뜻하게 불러주었던
한 여자를 사랑했습니다
그날 그 순간의 징크스를 사람반 병 신
만들어놓은
한 여자를 사랑했습니다
담배연기는 먹어 버리는 순간 소화가돼
아무리 태워도 배가 부르지 않다는걸 알려준
한 여자를 사랑했습니다
목선이 아름다우면 아무리 싸구려 목걸이를 걸어주어도
눈이 부시게 보인다는걸 알려준
한 여자를 사랑했습니다
모르겠습니다
그여자도 나를사랑하고 있을지는
그저 모든 이유를 떠나
내 이름 참으로 따뜻하게 불러주었던
한여자만 사랑하다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