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3일 목요일

역류逆流

역류

달력을 열었더니
우기의 짙은 숲으로 가는 길이다
발 묶인 짐승 하나가
지붕에서 내려오지 못한 채
죽비를 맞으며 하염없이 떨고 있다
목까지 턱까지
숨이 차올라 왔으므로
갈 곳을 찾지 못한 걸음이 헛되다
거꾸로 흘러가는 길밖에 없어
햇살 따가운 어느 날
폭포 거슬러 오르는 물고기의 비늘처럼
찬란한 빛의 사막에 있을지라도
시계를 뒤로 돌려 과거로 회귀한다
등 뒤로 칼날 같은 태풍이 서늘하다
산사태로 마음의 둑이 무너져 내렸다
불안하게 움츠린 어깨를 덮쳤다
진흙이 무겁게 허리를 누르고 있었다
기억의 상류로
뒤집어진 채 떠올라가는 집이 있었다
생이 다 침수되었으므로
머릿속의 푸른 전기가 끊어졌다
삶이 다 유실되었으므로
몸속의 수돗물이 잠겼다
하늘의 누군가에게 거는 전화가 불통이다
희망을 연결해 주는 핏줄도 끊겼다
간신히 손 짚고 일어선 가슴은
늪지가 되어버렸다
그 깊은 내를 알 수가 없어서
폐까지 소용돌이치며 역류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