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추 선 돌 골라내고
물의 바닥에 허리 눕힌다
불 같은 세상이 길어서
열매 익을 때까지
물 이불 덮고
꿈결 같은 세월 보냈더니
나뭇잎 몇 떨어진 내가
저 아래 지상까지 흘러간다
전생을 물속에서 보냈던 사내
목숨 부여잡지 못하고
물의 상여길로 떠나보낸 사내
물 가득찬 집 속으로 들어가
한숨 잠이 들면
결코 깨어나고 싶지 않았던 사내
깊은 강에 빠져
물 비늘이 되어버린 기억과
바다 한 가운데 섬으로
늘 폭풍에 젖어있던 흔적과
폭포를 거슬러오르다가
몸에서 방금 찢겨나간 살점 같은
물방울이 눈앞에 생생하다
막 걷어올린 그물 속 생물처럼
물 속의 시간들이 싱싱하다
내장 없이 투명하다
물 이불 아래 누워 있으니
물 밖으로 흘러가는 生들이
훤하게 들여다 보인다
입을 열고 물 한 모금 마신다
바람에 흔들렸던 꿈들이
물이불처럼 굽이쳐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