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7일 월요일

망둥이만어물전에누웠다

계절마다 외투를 입는다
세상 어느 것 하나
벌거숭이로 살지 않는다
마음의 외투를 걸친 탓에
투명한 눈물 보이지 않을 때 많다

산다는 일에 있어 마음 다스림 없이
숫자 세기 하는 날 그리 많았던 탓에
새날이 오면 퇴색 될 부끄러운 말들이
한밤중 눈을 감으면 부끄러운 말들이
허탄한 공중에 건들건들 그네를 탄다

말에 취해 도는 것 같은 이세상에서
때론 내 형체 유유히 사라진다.
컴컴한 물 밑바닥 유영하는 물고기처럼
내 눈은 멀고 내 귀 조차 멀어 침묵하고
내 온 몸에는 가시 같은 감각 돌기만 있을 뿐

너도 나도 모두 내 생각 뿐인 세상
쥐약 기운에 취해 악악거리며
제 잘난 맛 내기 양념 버무리며
살 수 있다는 거 그도 행복일까

주둥이로 곡조 없는 나팔만 부는 세상엔
망둥이만 어물전에 누웠다.
바로 뵈는 거 하나 없어 그저 쥐약 먹고
제 둥지 뱅글뱅글 돌고있는 꼬락서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