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3일 목요일

비 소리 너의 소리

주룩주룩 시내버스 창을 패며 비 내리는 날
병풍 같은 남자와 버스를 탔네
행여 빗물 튈까
안쪽 자리에 나를 앉히네
창틀에 찔벅대는 시커먼 빗물을 보니 문득 떠오르는
내가 어릴 땐 말이야
조갑지같은 내 손이 이런 차창에 닿을까봐
차를 타면 꼭 네 두 손을 감싸 쥐고 있었단다

비는 한풀 꺾여 오락가락 하는데
울컥하는 마음에 비가 시작하네
꼭 두세 해 남았구나
소두방같은 네 손을 잡고
솔밭 길 가듯 편안히 횡단보도를 건너가
육중한 서점 문을 네가 밀어줄 날이
아들아
네 짝지와 너는 어깨를 싸안고 떠나겠지
수평선을 넘는 비행기처럼 큰 소리만 남기고
네 떠난 금후의 어느 날
풍금소리처럼 비 내려도
으슬으슬 춥고 섦을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