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2일 토요일
이동식 시인의 ´친구가 된다는 것´ 외
<친구와 우정을 노래하는 시 모음>
이동식 시인의 ´친구가 된다는 것´ 외
+ 친구가 된다는 것
친구가 된다는 것은
작은 일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거예요.
꽃병에 꽃을 꽂는 일은
사소한 일에 불과하나
방의 분위기를 환히 살려 놓을 수 있는
큰 힘을 가지고 있듯,
친구가 된다는 것은
이런 작은 일에서 고마움을 느끼고
아껴주는 마음을 간직하는 거예요.
친구가 된다는 것은
수학처럼 골치가 아프지도 않고
과학처럼 딱딱하지도 않은
가을날 은행잎을 주워 책갈피에 꽂는
아리따운 소녀의 감성 같은 거예요.
언제나 가장 좁은 간격에 서기 위하여
노력하는 것, 그것이
친구가 된다는 거예요.
(이동식·시인)
+ 진정한 친구
천 사람 중에 한 사람은
형제보다 더 가까이 네 곁에 머물 것이다.
생의 절반을 바쳐서라도
그런 사람을 찾을 필요가 있다.
그 사람이 너를 발견하기를
기다리지 말고.
구백 아흔 아홉 사람은
세상 사람들이 바라보는 대로 너를 바라볼 것이다.
하지만 그 첫 번째 사람은
언제까지나 너의 친구로 남으리라.
세상 모두가
너에게 등을 돌릴지라도.
(작자 미상)
+ 우정이란
어쩌면 사랑보다 더 깊은 것
그러나 결코 사랑은 아닌 것
분명 서로가 좋아하면서도
사랑할 수는 없는 것
사랑한다 말하면
깨져 버리는 것
그러나 분명 사랑보다 더 친밀한 것
어쩌면 세상에서 제일 가까운 사이
사랑하는 이에겐 못한 말도 할 수 있는 것
언제나 진실해야 하고
서로가 평등한 것
서로가 믿어야 하고
아주 작은 것도 서로 나누는 것
그러므로 우정이란 마음을
서로가 나누어야 하는 것
(최복현·시인)
+ 우정은 가장 위대한 사랑
우정은 가장 위대한 사랑
우정은 우리의 슬픔을 가라앉히고
우리의 분노를 식혀주고
우리의 억압을 풀어주고
우리의 재난을 구해주고
우리의 생각을 의논해주고
우리의 명상을 일깨워 준다.
친구가 그대보다도 더 명예롭게 되고
더 명성을 얻게 되고
더 재능 있고 학식이 있다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진심으로 노력할 수 있는 것이
가장 참된 우정의 표시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더 많이 사랑할수록
우리는 더욱더 훌륭해진다.
우리의 우정이 깊어갈수록
신은 더욱 우리를 사랑하신다.
당신은 우정으로써
가장 위대한 사랑과 가장 위대한 가치와
가장 기탄 없는 대화와
가장 참된 진심을 모두 나타낼 수 있다
그리고 용감한 남녀들만이 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마음의 결속을 나타낼 수 있다.
(제임스)
+ 벗에게
세월은 멈출 줄 모르는가 봅니다...
사랑하는 님을 떠나 보내고
자녀들의 효도 받으며
하나님 섬기며 살아가고 있지요
창 밖의 매봉산은
올해도 어김없이
옷을 갈아입었답니다
오늘 같은 날은
당신과 거닐며
쌓였던 이야기 보따리를
마냥 풀어보고 싶기만 합니다
(류정숙·시인)
+ 우화의 강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
한 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거리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여야겠지만
한 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이 흔할 수야 없겠지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는 수려한 강물이 흔할 수야 없겠지
긴 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 듣고
몇 해쯤 만나지 않아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 강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랴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
큰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물결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내 혼이 잠잘 때 그대가 나를 지켜 보아주고
그대를 생각할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을 친하고 싶다
(마종기·시인)
+ 참된 친구
나의 노트에
너의 이름을 쓴다.
´참된 친구´
이것이 너의 이름이다.
이건 내가 지은 이름이지만
내가 지은 이름만은 아니다.
너를 처음 볼 때
이 이름의 주인이 너라는 것을
나는 알았다.
지금 나는 혼자가 아니다.
손수건 하나를 사도
´나의 것´이라 하지 않고
´우리의 것´이라 말하며 산다.
세상에 좋은 일만 있으라
너의 활짝 핀 웃음을 보게
세상엔 아름다운 일만 있으라
´참된 친구´
이것이 너의 이름이다.
넘어지는 일이 있어도
울고 싶은 일이 일어나도
마음처럼 말을 못하는
바보 마음을 알아주는
참된 친구 있으니
내 옆은 이제 허전하지 않으리
너의 깨끗한 손을 다오
너의 손에도
참된 친구라고 쓰고 싶다.
그리고 나도 참된 친구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
(신달자·시인)
+ 벗 하나 있었으면
마음이 울적할 때 저녁강물 같은 벗 하나 있었으면
날이 저무는데 마음 산그리메처럼 어두워올 때
내 그림자를 안고 조용히 흐르는 강물 같은 친구 하나 있었으면
울리지 않는 악기처럼 마음이 비어 있을 때
낮은 소리로 내게 오는 벗 하나 있었으면
그와 함께 노래가 되어 들에 가득 번지는 벗 하나 있었으면
오늘도 어제처럼 고개를 다 못 넘고 지쳐 있는데
달빛으로 다가와 등을 쓰다듬어주는 벗 하나 있었으면
그와 함께라면 칠흑 속에서도 다시 먼 길 갈 수 있는 벗 하나 있었으면
(도종환·시인)
+ 우정
구름은 봉우리에 둥둥 떠서
나무와 새와 벌레와 짐승들에게
비바람을 일러주고는
딴 봉우리에 갔다가도 다시 온다
샘은 돌 밑에서 솟아서
돌을 씻으며
졸졸 흐르다가도
돌 밑으로 도로 들어갔다가
다시 솟아서 졸졸 흐른다
이 이상의 말도 없고
이 이상의 사이도 없다
만물은 모두 이런 정에서 산다
(김광섭·시인, 1905-1977)
+ 벗
벗은 존재의 숙소이다
그 등불이다
그 휴식이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먼 내일에의 여행
그 저린 뜨거운 눈물이다
그 손짓이다
오늘 이 아타미 해변
태양의 화석처럼
우리들 모여
어제를 이야기하며 오늘을 나눈다
그리고, 또
내일 뜬다
(조병화·시인)
+ 한 톨의 사랑이 되어
오 친구여, 우리는
이제 한 톨의 사랑이 되어
배고픈 이들을 먹여야 하네
언젠가 우리 사랑
나누어 넉넉한 큰 들판이 될 때까지
오 친구여, 우리는 이제
한 방울의 사랑이 되어
목마른 이들을 적셔야 하네
언젠가 우리 세상
흘러서 넘치는 큰 강이 될 때까지
(이해인·수녀)
+ 우정
연인들의 사랑이
장미꽃이라면
벗들의 우정은
들꽃 같은 것
장미꽃은 눈부시지만
어느새 검게 퇴색하여도
들꽃은 볼품없어도
그 향기 은은하다
사랑의 맹세는
아스라이 물거품 되어도
우정의 언약은
길이길이 변함없는 것
사랑이 떠나
슬픔이 밀물 지는 때에도
우정은 남아
말없이 생명을 보듬는다
(정연복)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고은 시인의 ´밥´ 외"> 이경숙의 동시 ´나무처럼 살기´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