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봄비가
한 끼 따뜻한 밥을 짓는다
온몸이 풀려
교성을 지르며 흘러가는 시내가
냄새 솔솔 풍기는 국물같아서
잘 우러나오는지
무쇠의 솥 뚜껑을 열어 젖히고
부글부글 끓어 오르는
이 강산 이 들녘을
오래 묵은 북두칠성의 국자로
위 아래로 휘휘 저어 본다
알고 보면 나무도 꽃도
장작을 때는 봄비가
한 상 차려놓은
밥심으로 사는 것 아닌가
세 끼 밥 잘 얻어 먹어야
뼈가 자라고 살이 오르고
솜털의 순이 돋아나는 것 아닌가
배 고팠던 시절이 길어서
한 그릇 가득 국밥을 먹어야
두 다리로 한 철을 걸어가고
두 팔로 실한 열매 걷을
힘이 생기는 것 아닌가
오늘 내린 봄비가 밥심 같아서
나도 장터에 들러
마음 곧게 세울 밥 먹겠다고
엣날 시장을 찾아가는데
봄날의 비에 젖은 내 몸이 뜨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