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같이 흐르지 못하고
몇 백년 무게로 가라앉아
썩거나 병이 들어서
겉이 단단하게 검어졌으나
그 속내가 고우니
세상의 모든 상처는 향 아닌가
물 바깥에서 물속에 이르기까지
칼이나 톱 같은 것으로 잘려나간
상처뿐인 나날이었을 것이다
몸통에 가시덤불의 상흔만 가득했다
상처가 우물처럼 깊어야
눈빛도 아득해진다 했는데
상처를 못내 바라볼 수가 없어서
내게도 상처를 내고 있는 것이다
바닥의 진흙 속에 묻어두었으니
살이 썩어 문드러진다
뼈가 틀어지고 금이 간다
제 스스로 치유하겠다고
죽은 피를 토해내니
물 위로 둥실 떠오르는 것이
불 같은 손길에 닿으면
미륵의 향으로 피어 오른다
예수의 몸에 바른 침향이겠다
손과 발을 꿰뚫은 저 상처에
무릎 끓고 절 하리라
두 손 맞잡고 기도 하리라
그윽한 그 향기 오래 가도록
내가 깊은 상처가 되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