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 숯가마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햇빛과 바람을 막고
동굴 앞에 모여있다
마지막 생을 마감 짓기위해
자궁문 활짝 열고 온몸 던져
나무는 의식을 치르는 중이었다
평생 사람들에게 주고도 남아
떠나면서까지 뿌리고 가야하나
훨훨 타는 불꽃 앞에
사람들은 세월 보내며
부서진 몸 한쪽들을
힘겹게 펼쳐놓고
원시로 돌아가 있었다
아픈 허리 시린 무릎 진물 나는 눈
부위부위 불꽃 마주하고
다시 자궁에서 태어나기 위해
천지가 개벽하기 전 어둠으로
동굴 속은 캄캄해 칠흑이지만
태반속에서 보듬은 작업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