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4일 월요일

숯가마 동굴

산청 숯가마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햇빛과 바람을 막고
동굴 앞에 모여있다

마지막 생을 마감 짓기위해
자궁문 활짝 열고 온몸 던져
나무는 의식을 치르는 중이었다
평생 사람들에게 주고도 남아
떠나면서까지 뿌리고 가야하나

훨훨 타는 불꽃 앞에
사람들은 세월 보내며
부서진 몸 한쪽들을
힘겹게 펼쳐놓고
원시로 돌아가 있었다
아픈 허리 시린 무릎 진물 나는 눈
부위부위 불꽃 마주하고
다시 자궁에서 태어나기 위해
천지가 개벽하기 전 어둠으로

동굴 속은 캄캄해 칠흑이지만
태반속에서 보듬은 작업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