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21일 목요일

손맛

어머니를 열고 들어서니
소금에 푹 절인 배추와
팔뚝처럼 굵은 무가
마당 가득 쌓여 있다
대파도 씻어놓고
큰 대접에 젓갈도 담겼다
김장하려나 보다
고춧가루 뒤섞인 속을
맨손으로 배추이파리에 넣는데
아침 한 끼는 계란찜
점심 한 끼는 비빔밥
저녁 한 끼는 동태국과 함께
밥상에 늘 올라오는 김치
오늘도 어느 하늘 아래를
누군가의 손으로 주물러 놓았으니
봄으로 꽃 필 것이고
가을이라고 열매 열릴 것이고
겨울이라고 눈발 흩날릴 것이고
여름으로 비 쏟아지겠다
절경의 저 훌륭한 손맛
한 손으로 나무와 바위를 버무려
불영계곡을 만들고
또 한 손으로 숲과 강을 버무려
두물머리를 만들고
두 손으로 당신과 나를 버무려
사랑 일구었으니
어머니 저 손맛이 기막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