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흘러가는 소리가
이산離散의 문밖에서 만난
기쁜 목소리의 열화悅話 같다
몸에 씌인 물의 귀신 내쫓는다고
허공 위로 펄쩍 뛰어오르는
무당의 굿 소리 같고
물 같은 목숨 되살리겠다고
도술의 주문 외치는 것 같다
나무 꺾어버리고 바위 들어내고
살속으로 콸콸 쏟아지는
물소리 들어보아라
둥둥둥 심장의 북을 치고
멈췄던 맥박이 말달린다
잊고 있었던 먼 데 사람 찾아가는
물소리가 살갑다
우리 물처럼 만나서 이야기 하자
천장에서 손 잡고 소곤소곤 말 나누다가
폭포처럼 부둥켜안고 비명 질러대다가
밤새 불 밝힌 강물처럼 누워서
도란도란 이야기꽃 피우다가
새벽의 바다에 닿을 때까지
누군가를 붙잡고 중얼거리는 거다
물 흘러가는 소리가
기쁘게도 세상 깨우는 소리 같아서
머리가 쭈뼛 서고 피가 거꾸로 솟는다
죽은 것들이 열화烈火처럼 일어난다
내가 물 한가운데 있어
화엄의 한 구절이라도 들을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