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서 돌아온 여인은 바다로 간다
방파제마다 떨어지는 파도가 침대 위에서 부서진다
여인은 바다 밑으로 침몰한다
천리 밖에서 깜빡이던 불빛들이 꺼지고
사나이는 비로소 안심한다
이틀 동안 여인을 따라 다니던 핸드폰을 끈다
시간은 자정을 향해 달리고
이제는 더 이상 기다릴 사람이 없다
기다릴 사람이 없다는 것은 얼마나 쓸쓸한 노릇인가
어둠속에서 빗방울은 떨어지고
사람들은 서둘러 집으로들 가는데
방금 여인이 혼자 헤엄쳐 다니는 바다에서
물방울이 튕겨져 온다
물방울는 어느덧 바람이 된다
폭풍이 된다
다시 천리 밖의 바다로 돌아가 해일이 된다
그때
사랑은 어떤 것도 죄가 아니라고 누군가가 말한다
사나이는 어쩔 수 없이 동의한다
그러나 여인은 여행에서 돌아와 바다로 간다
그리움의 반대 편에서 목메이게 운다
워우워우워우 워우워우워우
사나이는 밤새도록 그녀를 대신하여
바다의 울음소리를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