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5일 화요일

비 오는 날의 일기

비 오는 날의 일기

지은이 : 이정하
그대가 날 부르지 않았나?
난 창문을 열고 하루종일 밖을 내다보았다.
비 오는 이런 날이면 내 마음은
어느 후미진 다방의 낡은 구석 의자를 닮네.
비로소 그대를 떠나 나를 사랑할 수 있네.
안녕, 그대여.
난 지금 그대에게 이별을 고하려고 하는 게 아니다.
모든 것의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려는 것이지.
당신을 만난 날이 비 오는 날이었고
당신과 헤어진 날도 오늘처럼 비 내리는 날이었으니
안녕, 그대여.
비 오는 이런 날이면 그 축축한 냄새로 내 기억은
한없이 흐려진다. 그럴수록 난 그대가 그리웁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다.
안녕, 그대여.
비만 오면 왠지 그대가 꼭 나를 불러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