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11일 월요일
김용삼의 ´세탁기´ 외
<빨래에 관한 동시 모음> 김용삼의 ´세탁기´ 외
+ 세탁기
엄마는
기분이 울적할 때면
퍽퍽
빨래를 한다
오늘도 엄마는
아빠와 말다툼을 하고
쌩쌩
세탁기를 돌렸다
아빠 옷과 엄마 옷은
돌돌
껴안은 채
세탁기에서 나왔다
(김용삼·아동문학가, 1966-)
+ 빨랫대
빨래야,
젖은 마음
내게 기대렴.
빛나는 햇살
푸르른 바람에
무거운 마음
천천히 날려 보내고
하이얀 마음만
보송보송 가지렴.
(박소명·아동문학가)
+ 햇빛 좋은 날
엄마가 널어놓은
베란다 건조대 위의
촘촘한 빨래들.
아빠 와이셔츠 어깨에
내 런닝 팔이 슬며시 기대어 있고
형 티셔츠에 내 한쪽 양말이
마치 형 배 위에 올려놓고 자는
내 무엄한 발처럼 느긋이 얹혀있다.
엄마 반바지에 내가 묻혀놓은
파란 잉크펜 자국.
건조대 위에서
보송보송 마르는
촘촘한 빨래들.
빨래 마르는 것만 봐도 안다.
햇빛 좋은 날의
우리 가족.
(권영상·교사이며 아동문학가, 1953-)
+ 빨래
누가 누가 높이 날까.
빨랫줄의 옷들이
높이뛰기를 한다.
아빠의 파랑 운동복
엄마의 분홍 치마
노란 내 옷
누가 더 높이 오를까.
바람이 불 때마다
울긋불긋 꽃 범벅되어
하늘 운동장에서
구르기를 한다.
(이옥근·아동문학가)
+ 빨랫줄
징마가 끝난 뒤
아빠와 이불을 널려고 하는데
이런이런
나팔꽃이
먼저
넝쿨손을 뻗어
젖은 분홍 꽃봉오리를 널어놓았다.
이런이런
수세미가
먼저
넝쿨손을 뻗어
젖은 노랑 꽃을 널어놓았다.
(조영수·아동문학가)
+ 빨랫줄
빨랫줄 하나에
온 식구가
다 걸렸다.
식구의 몸무게만큼
무거워진
빨랫줄.
햇살이 덜어 주고
바람이 덜어 주지만
바지랑대 휘청 휘청
넘어갈까 봐
맴을 돌던 잠자리가 붙잡고 있다.
(최도규·아동문학가)
+ 빨래
빨래줄에 두 다리를 드리우고
흰 빨래들이 귓속이야기하는 오후
쨍쨍한 7월 햇발은 고요히도
아담한 빨래에만 달린다.
(윤동주·시인, 1917-1945)
+ 다림질
이른 아침
도로 공사가 한창입니다
울퉁불퉁한 길
반듯하게 펴 주고
잘 안 보이는 선
잘 보이게 만드는 공사
출근 시간 전
끝내야 하는 공사지만
일하는 사람은
엄마뿐
금방 공사를 마친
아스팔트처럼
모락모락 김이 나는 와이셔츠 입고
아빠가 출근합니다.
(김병욱·아동문학가)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곽재구의 ´스무 살´ 외 "> 하청호의 ´무릎 학교´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