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11일 월요일

능으로 가는 길

서쪽으로 가는 길에
능의 집이 있어
오래 닫혔던 문이 열렸다
서어나무 아래 솔숲 지나면
무덤 속으로 가는 길이다
미로의 여러 갈래 길이라
무덤이 많다
그 속에 묻힌 것들도 많다
오월 맞은 햇살 피할 그늘도 있고
맨발로 걸어와 부르튼 마음
적셔줄 시냇물도 있고
밖의 지상으로 올라가는 계단도 있고
안의 지하로 내려가는 층계도 있고
그속의 집이 따뜻할 것 같다
층층 사다리의 심해라
어서 오라고 무덤에 꽃 피고
반갑다고 무덤에 새 지저귀고
같이 놀자고 무덤에 나비 날아온다
무거운 등짐의 나도
기꺼이 능 옆에 묻었다
당신과 무덤까지 가고 싶어서
손으로 발로
내가 묻힐 명당 하나 판다
혼자서 이만큼 올라왔으니
당신 오기를 기다렸다가
저 깊은 무덤 속으로 같이 내려가
환하게 불 피우며 살고 싶은 것이다
흙으로 방 하나 만들어 누워서
하루 종일 눈 마주치며 살자고
오늘도 능으로 가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