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12일 화요일

우울한 희망

낯선 거리를 거닐던 사람이 되어 그렇게 나는
굳어진 발걸음을 끌고 이 세상 어느 곳엔가 서있다
간혹, 내가 그 누구인가를 스스로 자신에게 질문하면서
억센 이방인들의 검질긴 대열 속에 낡아진 모습을 한 채
그리운 사람을 부르지도 못하고 인생의 마지막 아침을
맞이하듯 감동없는 육체로 서있다

이제, 당신은 차라리 나의 꿈에서 깨어나 사라지려하고
말없는 내 과거는 지나온 자취를 지우려 한다
언제나 소박한 사랑에 마음의 닻을 던지고
말할 수 없는 정다움과 투명한 믿음의 열기(熱氣)로
삶에 자신을 주던, 비현실(非現實)의 공간에
잃어진 모든 것과 죽어가는 모든 것이
충만한 지금,
내 지나는 길에 불어오는 바람의 눈부신 줄기를 타고
안타깝게 내미는 당신의 하얀 손이 아름답고 눈물겨워,
희망이 부스러지는 나의 외모(外貌)에도 불구하고 그 손을 잡는다

저무는 가을,
수척한 나무가지 매달린 마지막 잎새가 죽기로 체념한 눈을 뜨고
수수께끼같은 생명의 힘으로 환한 하늘아래
아직도 남아있듯이,
나는
따뜻한 당신의 손을 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