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13일 수요일

식구 - 구광본-

늦은 밤에 모여 않았습니다
수박이 하나 놓여 있고요
어둠 속에서 뒤척이는 잎사귀
잠 못 드는 우리 영혼입니다
발갛게 익은 속살을 베어물 때마다
흰 이발이 무거워지는 여름 밤

얼마나 세월이 더 흐러야 할까요
넓고 둥근 잎사귀들이 퍼져나가
다시 뿌리의 상처를 어루만질 때까지는요
오랜 헤어짐을 위하여
둥글게 모여 앉은 이 자들이
아버지, 바로 당신의 식구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