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지 때는
밥그릇과 수저 빼앗겨
오래 전에 제 것이었던
만주 벌판으로 건너가
버려진 황무지 땅 부치며
삭풍에서 겨우 살아남았다고
무서운 전쟁 일어났을 때는
폭격으로 다 타버린 거리에서
바다 건너 나라에게
손 벌리고 구걸하여 얻어낸
빵 한 조각으로
근근히 하루를 버텨냈다고
보릿고개 걸어갈 때는
누군가 먼저 지나간
들로 산으로 나가
풀을 뜯고 나무 껍질을 벗겨
죽을 쑤어 먹으며
늘 배앓이를 했다고
계엄령 지나서
새마을 지나서
삼청교육대 지나갈 때는
고개 푹 숙이고
죄수처럼 콩밥만 먹었다고
남산의 자유수호연합회 지나서
여의도 민주당 지나서
대한민국 만세 부르며
국민의 힘 지나갈 때는
생일 잔치로 한 상 잘 벌여놓고
배 부를 줄 알았다는데
어제는 끼니도 거른 채
노숙자 들끓는
지하도 걸어갔다고 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