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22일 금요일

흙내음이 좋아라

밭에 앉아 흙을 주무르며
흙을 먹고 자라던 어린시절
뜰 방, 앞마당, 뒤뜰, 동구 밖 길은
흙냄새가 물씬 풍겨나곤 했었다

맨 발로 잠자리를 좇아
텃밭을 뛰어 다니노라면
보드라운 흙
모래의 까슬까슬한 촉감이 좋았다

낙엽 널부러진 숲 속 길을 갈제
발 밑에서 전해오는 푹신한 감흥
뺨을 간지리는 싱그런 미풍
솔향기...흙 냄새...

그러나
집 주위를 거닐어 봐도
흙을 밟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마을길마다 온통
보도블럭과 콘크리트 포장이니

산야를 찾아 흙을 밟는 날은
하루가 즐겁다
마음이 부드러워진다

구수한 흙 냄새가 좋아라
향긋한 풀 내음이 좋아라

흙에서 왔다가
흙으로 돌아가는 인생이라 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