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그늘
김종제
팔월의 따가운 햇살에도
미소 띤 얼굴 내민 금불초가
양쪽 손을 가슴에 모아쥐었다
중생 구원에 힘 보태겠다고
묵상에 젖어든 나한을 닮았다
꽃 그늘 아래
진한 향과 색으로
가피 받겠다고 나비 앉았는데
저 금불金佛이 혼절하겠다며
날개를 접었다 폈다
연신 바람을 불러모은다
몇 겁 지나 저 나비 날아간 뒤에
불佛과 한통속인 꽃에게
삼가 삼배를 드리고
나도 꽃 그늘 차지하고 앉아있겠다
꽃불 모시고
여름의 볕 피할 수 있는
그늘 같은 나한이 되었으면 해서
허락도 없이 꽃에게 날아들겠다
내 몸의 동서남북으로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꽃 핀다면
피난 같은 그 아래 무릎 끓고
한참을 합장하며 절 하겠다
오늘 같은 날
꽃 그늘 아래에 선다면
불볕이라도 견딜 수 있지 않을까
물 소리라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금불초 그늘 아래 섰으니
한 여름 소나기처럼 서늘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