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잠긴 방황의 시간이
내 안에 쌓여,
나는 이따금 낡은 시계가 된다.
녹슬었지만, 영혼 떨리도록 꿈꾸는
시침(時針)과 분침(分針)의 손짓.
손끝에서 쓸쓸하니 묻어나는
유서같은 지난 가을의 낙엽들.
세상 속에서 길 잃은 것들은
어쩌면 저리도
까닭없이 고요히 죽어가는가.
긴장한 고요의 심장 소리처럼
배회하는 이 낯선 공간이
내 앞에서 황량히 발가벗어도
따뜻한 마음으로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지금도 그곳에 있어,
맥없이 풀린 행복을 쓰담는
내 추억은
슬프도록 남아있는
환상적인 기대에 가 닿는다.
끈질긴 그리움이 나를 더듬어,
숨소리 짧은 시간의 상처같은 이별은
흐릿한 체경(體鏡)에 비추인 외로운 가슴.
슬픔을 닮아가는 하늘 아래,
차마 떠나지 못하는
나의 사랑이 내게 손짓한다.
너의 이별은,
내 품 안에서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