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17일 화요일

구두병원에서

1.

나,
가 닿고 싶은 곳 멀기만 한데
서쪽 산으로 뉘 엿이 해가 이우네
저렇듯 풍경 지워지고 나면 느닷없는 허기짐
내 두 다리도 비틀 거리네
절름거리며 들어선 곳,
오랜 습성으로 인하여 기우뚱해 진 내 구두
삐딱하게 나를 노려 보고 있네
어쩌란 말인가
곧 어둠은 깊어 질 것이고 어둠보다 더 깊게
물집잡힌 내 발, 퉁퉁 부어 오를 텐데
이제는 바꾸란 말인 게지
닳고 닳아 너덜해진 저 삐딱함을-
2.

그랬더란 말이지
지친 내 발길 터벅 거릴 때
네 피륙
멍 가실 날 없었더란 말이지
종일토록 잔걸음 동동 거리던 그때도
나보다 더 잰 걸음, 너는

내 맨발 어루만졌더란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