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7일 토요일

아침맞이

흐리거나, 궂을 때는
적막하게 늘어선 몇 개의 山을 헤집고
열차의 경적소리가
내가 거처하는 이곳까지
피리소리처럼 가늘게 들려온다

이곳에 오기까지 그 音波는
서너가닥으로 갈라져
이미 목이 쉬었고
흥건히 젖은 몸으로, 내가 누워있는
이불 속에 파고들어와 쓰러져 눕는 거야
그러면 나는,
내 머리위로 이불을 한번 더 들어올려
적당한 공간을 마련하고
그곳에서 쉬게 한 뒤
지쳐서 내게 온 그 가련한 존재에게
우리만의 여행을 떠날 수 있겠냐고
한번쯤 떠보는 거지

아, 그러면 그는 냉큼
철면피한 나의 얼굴은 보지도 않고
내가 아직 모르고 있는 광활한 우주공간 속을
나와 함께 자유로이 유영하며
實在하는 것들에 대한 절대적 가치,
이를테면 있음에 대한
절절한 고마움을 느끼게 해 주는 거야

새벽이 되도록
우주와 나 사이에 대면하는 모든 것들을
휘적휘적 살펴 본 후, 뻐근하게 맞이하는 아침은
밤사이에 세상 가득 내려앉은 흰 눈이
내가 누워있는 집과 마당과 뜰,
그 아래 앉아있는 측백나무 등등을
포근히 감싸고 있음을 짐작이나 했을까
오롯이 내 몫으로만 챙길 수 있는
白雪의 아침

내 동생들과 나에게 익숙했던
이런 겨울아침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