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21일 토요일

그래서 나는 두렵다

내 맘속엔
불 같은 사랑이 있다
춤을 추듯 흔들리는
온화한 불길이 있는가 하면
거대한 바위를 단숨에 녹여버릴
태양이 솟아오르고
바닷속으로 추락한다

바다가 있다
썰물이 되어
허전함에 온몸을 뒤트는 파도가
넓은 갯벌을 긁어대고
밀물 되어 벅차오르면
환희의 노래를 부르기도 하는
그런 바다가 있다

그리움이 흠뻑 베인 언덕
꽃이 만개하여
향기 가득한 곳
푸릇푸릇한 풀잎들이
행복의 미소를 짓고
꿀벌과 나비들이
허공을 한껏 날아다닌다

비가 내린다
눈물 같은 비가 뚝뚝 흘러내리는
적막한 거리엔 노란 가로등이 켜있고
세차게 몰아치는 바람에
풀과 꽃과 나무들이 날아가 황량해진 땅
붉은 흙바람만 남은
서러운 곳도 있다

빛이 고개를 돌려
깜깜한 어둠이 있고
그 어둠보다
더 어두운 고독이 숨어있다
잔뜩 움츠린 채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고독은
그래도 희망을 품고 산다

그리고
당신이 산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당신은
부드럽고 온화한 미소 지으며
평화롭고 화사한 곳에
전설처럼
신비롭게 살고 있다

그러나
내 맘 속엔
내가 없다
그 어디에도
나는 없다
당신을 만나야 할
내가 없다

그래서
나는
두렵다

04/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