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11일 수요일

해석(解釋)

이제 겨울나무를
해석解釋하는 일만 남았다
뼈만 남은 몸을
거울로 들여다보는 일만 남았다
나무 위에 숨겨놓은
새의 둥지를 찾는 일만 남았다
저 둥지까지 다가가
그 속에 무언가 가득 들어있나
아니면 텅 비어있나
손으로 더듬어 보는 일만 남았다
폐허의 신전神殿 자리에
오래 붙어있던 커다란 웃음과
자지러지던 비명과
높이 솟아올랐던 분수에
흥건한 피와 눈물 다 떠나가고
기둥 하나로 우뚝 서 있는
우둘투둘한 살갗의
쇄기문자를 해석하는 일이란
한 세상 건너가는
비밀을 캐는 것이다
저 겨울나무가 던져준
수수께끼 같은 암호가
우주의 문을 여는 수수께끼다
사막에 불어온 바람으로
모래더미 같은 잎속에 감춰진
저 겨울나무의, 새의 둥지의
뜻을 해석하는 일이란
어디서 왔는지 나를 아는 일이다
어디로 가는지
세계의 먼 밖을 아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