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7일 토요일

최후의 심판을 하다

바닥에 주단을 깔고
누군가에게 바칠
달콤한
젖과 꿀을 기르는 대신
붉은 피를 잔에 나누며
누구를 위해
매서운
총과 칼을 들었으므로,
사람의 손을 잡아주고
가슴을 껴안아주는 대신
눈 뜨지 못하게 하고
목마저 세게 눌렀으므로
편이 부딪히고 판이 부딪히고
너의 신(神)이 나의 신(神)을
나의 주(主)가 너의 주(主)를
최후의 기도하는 그날처럼
마지막 경전을 읽는 순간처럼
심판하려는 것이다
아, 카슈미르
만년설과 빙하의 겨울에도
담요처럼 난로처럼 뜨거웠던
그 이름
물 흐르는 계곡마다
온갖 곡식과 과일이 익어가는
낙원에
당신들의 말씀에 따라
눈 멀고 귀 먹었으니
사랑도 없고
용서도 사라졌다
내가 심판받아야 할
최후의 오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