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7일 토요일

겨울새

나무 위에 감추어 놓았던
방을 보여주네, 겨울새
부러진 나뭇가지 줏어
씨줄 날줄 엮은
마음을 보여주네, 겨울새
한 생을 살았네 나무 위에서
한 생을 기다렸네, 나뭇잎 속에서
오고 가는 시간 사이로
천장에 지구 같은 별
몇 개 떴으리라
안팎의 껍질을 깨뜨리고
둥근 알의 해가 솟아났으니
우주를 바라보는 눈이 열리고
폭풍의 날개가 펄럭이네
세상으로의 여행을 떠나려고
몸을 가볍게 비우네, 겨울새
바랑 하나 등에 메고
적멸의 길을 떠나네
집을 버리고 핏줄을 버리고
은하수 물을 건너가네
이승의 바다를 훨훨 날아오르네
뜨거워진 몸이
허공에 불을 지르네, 겨울새
빈집같이 뼈만 남아서
폐허의 절 하나 찾아가네
버리고 간 저 둥지가
불타고 남은 사리 같아서
한 철을 그 속에서 살고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