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비처럼 가려는가 겨울은
/ 架痕 김철현
가려는가, 산모같이
마지막 걸친 흰 옷을
훌훌 벗어 버리고
동상 걸린 몸을 얼린 채로 묶고 감이
말할 수 없는 서러움이고 보면
그리함이 옳다지만 매정하게 바삐도 간다.
정해 놓은 시간
행여 늦어지지 않도록
서둘러 떠나려하는가
제 몸 구석구석에 배인 진토 같은 찌꺼기
출산하듯 쏟아내고
해산바라지 하려는지 떠나간다.
하얗게 살다가
파랗게 떠나가려한다.
어기적거리며 허툰 걸음 걷더니
쪼르르 새털처럼 날아가자고 한다.
어차피 또 와야 할 곳이지만 겨울은 다시
안 올 것처럼 눈물만 흠씬 흘리며 그렇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