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19일 목요일

어느 가을 날 소묘

아부지 저기 보쇼 우체부 아자씨 온당께롸우
그랑께 말이다 느그 성님이 팬지 보낸 갑다
아부지 인자 나도 핵꾜 댕길 수 있겠지롸우
큰 성님이 돈 봉투 보내믄이롸우
이넘아 목구맹 풀칠도 아순데 먼 핵꾜여 핵꾜

장독대 옆 국화대를 손질하던 어머니는
고추잠자리 날아오르는 늦 가을 하늘을 응시하며
하얗게 서리 내린 긴 머리만 추스려 올리시며
아무럼사 아무럼사 갱부 해야제 해야제
까막눈 갖꼬 어째 살것냐 시상에

첫서리 내리던 늦 가을 오후
초등학교 선생님들 호호마다 들르며
이듬해 신입생 확인 하던 날
나는 시커멓케 탄 부지깽이 들고
진흙빚어 만든 화닥에 앉아
투투닥 투투닥 죄없는 진흙바닥 두드리며
애애앵 김내며 눈물 흘리는
고구마 삶는 솥을 한없이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