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25일 수요일

눈오는 밤에 -김용호-

오누이들의
정다운 이야기에
어느 집 질화로엔
밤알이 토실토실 익겠다.

콩기름 불
실고추처럼 가늘게 피어나는 밤
파묻은 불씨를 헤쳐
잎담배를 피우며
˝고놈,.....눈동자가 초롱같애˝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던 할매
바깥은 연신 눈이 내리고
오늘밤처럼 눈이 내리고

다만 이제 나 홀로
눈을 밟으며 간다.
오오바 자락에
구수한 할매의 옛이야기를 싸고
어린시적의 그 눈을 밟으며 간다.

오누이들의
정다운 이야기에
어느 집 질화로엔
밤알이 토실토실 익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