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서러운 시절의
한 끼 얻어먹었던 음식이었다
허기 잠시라도 속일려고
물 많이 넣고 펄펄 끓여
게눈 감추듯
뚝딱 해치웠던 먹거리였다
천구백하고도 오륙십 년대
찰기 하나 없으니
허리 꺾어지고 부러져 나가
젓가락으로도 집을 수가 없어서
그냥 입 대고 훌훌 들이켜
눈물에 콧물에 섞어 먹던 국수다
땅도 뺏기고 집도 불타고
사람까지 병들은
그때가 여태 미워서
올갱이 국수를 시켰다
둥근 지구 그릇
하나 속에 모여 있다가
손 가는 곳마다
반토막으로 끊어지는 인생이
너무 서러워 국수를 먹는다
제대로 달라붙어 있지 못하고
쉽게 갈라지는 올갱이 국수 같은
마음을 내가 저질렀다
누가 내게
젓가락을 갖다 대기도 전에
그냥 서러워 뚝뚝 끊어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