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의 뜨거움이 푸른빛으로 서서히 사라지고,
파도가 치는데도 배는 흔들림이 없이 가고 선다.
이처럼 고요하게 한결같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
부딪히고 깨지는 밤에도 이처럼 흔들림 없이 바라보는 것이
내 여행의 목표였다. 하나 난 그걸 배우지 못했다.
이제 난 고향을 바라보며 기다리나니,
새로 올 날들의 다양함에 대비하면서,
생활의 잔혹함에 호기심을 가지고서.
나의 속성은 고요가 아니며, 혹성의 궤도 또한 아니다.
난 파도이고, 흔들리는 조각배다.
폭풍우 일 때마다 온몸이 흔들리고
작은 입김에도 상처받고 마음이 동요된다.
그래서 아주 먼 회귀선까지 나가보지만
결국 발견하는 건 나 자신일 뿐. 온갖 방랑 욕에 휩싸인
여행길에서 다시 돌아온다.
삶의 고통과 쾌락을 열망하며,
새로운 변화와 싸움을 준비하며,
모험에 대한 욕망은 그대로 둔 채 빠져 나온다.
나는 대지의 아들이지, 별의 아들이 아니다.
나의 감정은 불안정하다, 바람에 동요되고,
바다에 흔들리고, 폭풍이 날 깨운다.
빛으로 위로를 받으며 밤의 어두움에 소스라치게 놀란다.
삶의 충동 속에서 수백 번씩
지혜를 갈구했던 혹은 평화를 갈망했던,
언제나 이 세상일들에 얽매인 채
점점 더 내 어머니를 닮아 가는 것이 내 운명.
- 헤르만 헤세의 <인도여행>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