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이 팔랑거리며
옷 벗는 소리를
흘깃흘깃 곁눈질로 훑으며
감성을 점검할 사이도 없이
가을은 아득한 곳으로 가고 있습니다
시시각각으로 파고들던 그리움
그 틀 안에 갇혀서
터는 일이 혹독하더니만
나무가 몸을 털어
여문 씨앗을 뱉듯이
내 속에 허천나게 갈구했던 것들도
톡 뱉어져 나왔습니다
비명 내질러도 까닭도 않을 기다림마저
가느다랗게 되어 파르르 떨어지고
서글픔만 안고 끝내 홀로 남았습니다
다 떨구어 버리고
서운함에 퉁퉁 불어 있는 마음
녹녹할 때까지
사람들로부터 멀치감치 떨어져 있습니다
가을과 겨울 사이에서